커피, 15년의 기록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아마 대부분 커피를 마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출근길에 아메리카노 한 잔씩 사들고 가실 거예요.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15년 전 대학에 입학하며 시작된 커피 여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커피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커피를 즐기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작은 생협 매점 200원 커피였어요

제가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대학 입학 이후부터였어요. 학교 생협 매점에서 밥과 커피를 정말 저렴하게 팔고 있었거든요. 본격적인 전공 수업이 시작된 2학년부터는 커피 없이는 아침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습니다.

거의 매주 밤을 새며 전공 과제를 했었고, 학기 시작과 끝에 있는 술자리도 저를 자연스럽게 커피숍 앞으로 이끌었어요.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면 나가서 가까운 곳에서 커피를 사 먹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어요. 스타벅스 같은 곳은 학생에게는 너무나 비싼 곳이어서 엄두도 나지 않았고요.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스타벅스가 로망이었죠

하지만 직장을 얻고 나서는 저도 스타벅스를 하나 쥐면서 사무실에 출근하는 뽕에 차오르게 되더라고요. 돈을 벌어도 스타벅스는 여전히 비쌌지만, 그때는 KB국민은행의 FINETECH 카드가 할인폭이 최고였어요.

정말 쏠쏠했던 파인테크, 지금은 이런 카드가 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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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의 실적만 채우면 월 2만원까지 스타벅스 커피를 50% 할인된 가격에 마실 수 있었습니다. 매주 한 잔씩 4천원 언저리의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던 기억이 나네요.

취향이라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아메리카노를 마신 지 어언 15년, 저도 취향이라는 게 생기더라고요. 다만 돈이 없는 건 매한가지라서 비싼 커피를 매번 사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때마침 우리나라에는 프릳츠, 펠트, 모모스 등 스페셜티 원두를 취급하는 고급 카페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이었어요.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최소 5천원 이상은 필요했는데, 여기서 파는 블렌드 원두는 200g에 1만 6천원이면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최근 내 최애 원두인 헤베의 게이샤 블렌드... 사장님 가격좀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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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함께하는 카페K 동호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카페K라는 동호회를 개발자 동료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 분기 초 테리장 커피에서 동호회 인원 모두를 위한 정기배송을 받고 있어서, 매번 마시는 커피에 제 돈을 쓰지는 않게 되었네요.

다만 슬금슬금 늘어나는 개인 브루잉 도구들을 보고 있자니, 지출 자체는 줄지 않아 와이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게 요즘 상황입니다.

항상 애용하는 코만단테 그라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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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만약 커피를 정말 좋아하신다면 자주 다니는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해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보세요. 맛있는 커피를 언제든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이랍니다.

15년간의 커피 여정을 돌아보니, 단순히 카페인 섭취를 위한 음료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삶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네요. 앞으로도 더 많은 맛있는 커피를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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